<이적생,
요즘 e스포츠 팬들 사이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육룡’ 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용의 일종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최근 잘나가는 여섯 명의 프로토스 선수들을 일컫는 말이다. 육룡이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 프로토스 선수들은 최근 막강 포스를 내뿜으며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를 점령하고 있다. 테란 선수들 역시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며 그 뒤를 잇고 있지만 문제는 저그라인이었다. 물론 이제동,
뚜렷한 이유 없이 시작된 ‘저그의 암울화’는 선수들의 기량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 원인이라기 보단 다른 종족, 특히 프로토스 선수들의 성장이 최근 경기들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데서부터 시작된 듯 보인다.
그 중에서도 저그라인이 가장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T1은 2라운드에 돌입하기 직전 하위권에 머물렀던 초라한 1라운드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팀을 재정비하기에 이른다. 그 바탕엔 저그 선수의 영입이 있었고, T1 저그에게 1승을 안겨줄 주인공으로 MBC게임 히어로의 정영철 선수가 최종낙점 되었다.
영입 후 빠듯한 프로리그 일정과 팀에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그를 역삼동 T1 연습실에서 만나 이적 후 심경에 대해 들어 보았다.
Q. 새 숙소와 연습실은 어떤가?
전체적으로 다 좋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침대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MBC에 있을 때는 2층 침대여서 성인 남자가 자기에는 좀 좁았거든요. 여긴 싱글 침대라 공간이 넓어 더 편해졌어요.
Q. 누구와 방을 쓰나?
명훈이랑 함께 쓰고 있어요.
Q. 룸메이트(정명훈 선수) 의 발견한 잠버릇이나 특징 같은 게 있나?
명훈이도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특별한 건 없는 편인데 알람이 울리면 듣고 일어나는 게 아니라 그걸 끄고 다시 자는 버릇이 있더라고요. 근데 저도 명훈이처럼 그럴 때가 있긴 해요. (웃음)
Q. T1선수 중에서 가장 친한 선수 내지는 친해진 선수로는 누가 있나?
아무래도 택용이죠. 이전 팀에서 같이 생활했으니까. 그리고 성제형, 재원이, 재혁이형 이랑 친해요.
Q. 이전 팀과 T1의 차이점이 있다면?
일단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MBC는 시끌벅적한 편인데 반해 여기 선수들은대체적으로 조용조용해요.
Q. 처음 와서 제일 적응이 안됐던 부분은 무엇인가?
숙소와 연습실의 거리가 좀 먼 게 좀 적응이 안됐어요. 새벽까지 연습하다 보면 숙소까지 걸어가는 경우가 생기는데 10분에서 15분 정도 걸어가야 하거든요. 다 왔다 싶으면 남아 있고 또 다 왔다 싶으면 남아있으니까……(웃음)
Q. 이적 소식을 접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나?
경기에만 신경 쓰고 초반에 잘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깊게 고민할 겨를 없이 급하게 결정된 이적이라서 그런 조언들이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긴장이 됐었던 것 같아요.
Q. 이적 후 2패를 하고 있는데……
일단 제 빌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프로리그에 대한 중압감이 큰 것이 패배의 요인인 것 같아요. 그것 역시 제 실력의 한계일수도 있지만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다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직도 뭔가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처음보다는 많이 안정됐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요.
Q. 이적 후 경기를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
3,4 경기 나간다고 생각하고 프로리그 감과 그 흐름을 찾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졌지만 얻은 것은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만족도를 말한다면 빵점이에요.
택용이가 조급해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택용이 말처럼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Q. 저그전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사실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는 게 저그전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없거나 다른 선수들에 비해 뒤쳐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팀에서 저그의 확실한 1승을 원하던 상황이었고 또 그런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임했기 때문에 부담이 컸던 것 같아요. 마인드 컨트롤의 문제이기도 하죠.
Q. 가장 자신 있는 종족전은?
테란전이요. 상대가 뭘 하는지 눈에 다 보이거든요.
Q. 연습에 대한 집중도는 어떤가?
솔직히 완벽하게 집중 된다고 할 수는 없어요. 처음 여기 왔을 때 게임연습보단 팀원들이랑 친해지는 걸 먼저 택했어요. 하지만 제가 두 가지를 다 잘 해내지 못하는 성격이라 아무래도 게임 부분에서 소홀한 게 많았죠. 그래서 지금까지 감독님과 코칭스탭의 기대에 어긋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어요.
Q. 연습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선수는 누구인가?
대부분의 팀원들과는 다 연습하죠. 최근에 예선이랑 서바이벌 때문에 상욱이 형, 최코치님과 자주 연습했어요.
Q. 게이머가 된 결정적 계기는?
어렸을 때 축구를 잠깐 했었어요. 그 때도 숙소생활을 했는데 애들이랑 같이 게임방송을 보다가 홍진호 선수의 경기모습을 보고 게임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몇몇 뜻 맞는 애들끼리 저녁에 몰래 숙소 나와서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기도 했어요. 그 땐 게임이 너무 하고 싶었고 결국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택하게 됐죠.
Q. 그렇다면 롤모델이 홍진호 선수인가?
네 맞아요. 제가 저그 유저이기도 하고 그 당시 정말 잘했던 선수잖아요. 어느 누구라도 저그 유저였다면 홍진호 선수 플레이에 감명을 받았을 거예요. 또 홍진호 선수한테 굉장히 고마운 게 제가 아마추어 시절 때 그분과 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어요. 그게 굉장히 도움이 됐고 그로 인해 꿈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생기게 됐어요.
Q. 지금도 메일을 주고 받나?
아뇨. 지금은 연락하지 않아요. 아마 절 기억 못하실 거예요.
Q. 임요환 선수가 곧 오는데 어떨 것 같나?
워낙 복귀 자체가 화제가 되는 분이시고 기량이나 프로의식 면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팀의 맏형으로서 모범이 될 분인 것 같아요.
Q. 이 선수는 좀 상대하기 버겁다, 경기 상대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선수가 있다면?
학승이 형? (웃음) 예선에서도 한번 졌던 기억 때문인지…더 버거운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해요.
Q. 게임 관련 징크스가 있나?
그냥 간절히 원하면 이겼던 것 같아요. 뇌에서 무한반복을 시켜놓으면 그게 주문처럼 작용하더라고요.
Q.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최대 고비였던 시기는 언제인가?
팀플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팀플의 특징에서 오는 문제점들이 있잖아요. 개인전 감각이 떨어지기도 하고……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던 것 같아요.
Q.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연습할 계획인가?
스타리그 일정에 맞춰서 집중도를 높이고 있어요. 지금은 전략이나 빌드에 신경쓰기 보단 집중력을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Q.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는?
제 가치관을 믿고 흔들리지 않은 마인드로 임하겠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적 후 있었던 경기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저그의 1승을 간절히 원하는 팬과 선수단의 마음을 잘 알고 있던 그였기에 심리적인 부담감이 컸으리라 쉽게 예상된다.
선수들과의 팀웍을 먼저 생각했던 그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두 경기를 통해 느꼈던 많은 것들은 훗날 그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하루빨리 부담감을 이겨내고 본인의 페이스를 찾아 이적생 정영철이 아닌 T1의 확실한 1승 카드로서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