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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을 꿈꾸는 레인보우토스. 김성제 2

2008.11.13

어린 무지개 

하고 싶은 일에는 유난히 고집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그는 일찍부터 배우는 재미에 눈을 뜨며 누나의 예습복습에 동참, 또래 친구들보다 먼저 한글과 구구단을 익히게 된다. 그럴수록 학교에 대한 애정은 커져만 갔고 5살 꼬마는 학교에 보내달라며 부모를 조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입학하게 된 학교에서 그는 별다른 재미를 찾지 못했다. 이미 알고 있는 한글과 구구단을 배우는 것만큼 지겹고 따분한 일이 그에게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기어이 시험지를 백지상태로 내며 가족들을 충격으로 몰아 넣게 된다.
그날 집에서 난리가 났었죠. 아직까지도 식구들에게는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 남아 있어요.
어린 성제는 다 아는 내용을 써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공부와는 점점 담을 쌓아가던 시절을 보내던 어느 날 막내이모가 처음으로 데려간 오락실에서 그는 게임이란 새로운 흥미거리를 찾게 된다.

그 때부터 오락에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그 후엔 PC방이 생겨서 다니게 됐는데 오락실과는 차별화된 매력에 빠져 거의 방과 후의 필수코스가 되었죠. 그러다가 자신감이 생겨 대회도 나가고 그 자신감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흥미를 가지고 시작했던 길, 그러나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간 것만은 아니었다.
아버지께서 안 계셔서 어머니께서 아버지의 역할까지 다 하셔야 했어요. 그래서 누나와 저를 더욱 엄하게 키우셨던 것 같아요. 저희 집에는 어머니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아마. (웃음)
아버지의 부재로 사라져버린 어머니의 여성성과 건강은 그를 스스로 채찍질하게 만들며 어린 무지개를 성장시켰다.

Q.
스물 다섯, 무엇을 생각해야 할 나이라고 생각하나?
생각할 것도 고민할 것도 많은, 한마디로 심각한 나이죠. 최대한 단순하게 살아 가려고 노력하는데 그래도 많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에요. 군대 다녀온 다음에 열심히 직장 다니면서 예쁜 부인 만나서 자식들을 키우고 부모님을 모시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걱정하는 나이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도 요즘은 결혼 적령기가 많이 늦어져서 거기에 위안을 두지만 잡생각들을 버리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Q.
전성기와 슬럼프에 관한 생각은?
전성기 때는 어떤 전략을 써도 이기는 것 같아요. 되는 놈은 어떡하든 된다 는 말처럼요. 반대로 슬럼프가 왔을 때는 뭘 해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상대가 불리한 전략을 써도 지니 말이에요.

Q.
그렇다면 슬럼프가 왔을 때는 어떻게 하나?
극복방법은 역시 연습이죠. 연습에 게으르면 기회가 찾아왔을 때 실력이 부족해서 그 기회를 잡지 못하게 돼요. 반면에 실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으면 그 기회를 잡는데 무리가 없는 거죠.

Q.
프로게이머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
일단 게임을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솔직히 프로게이머이거나 아마추어 고수 정도만 되도 게임에 싫증을 느끼기가 쉽거든요. 그럴 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어요. 즐기는 자세로, 내가 왜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어땠는지 차근차근 생각해보면서 게임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을 시절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Q.
프로게이머를 계속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일단 게임이 재미있고 할 수 있다는 걸 저 스스로 느끼고 있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비욘세 그 논쟁의 중심에 있었던 이름에 대하여 한마디……
제가 비욘세를 좋아했던 이유는 바쁜 스케줄과 화려함 뒤에 오는 공허함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은 모습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기 때문이에요. 한편으론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들이 부럽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젠 관심이 없어졌어요. 결혼 했잖아요. (웃음)


공부가 하고 싶었던 꼬마, 공부에 흥미를 잃고 게임에 재미를 느낀 소년, 좋아하는 스타의 공연을 보러 가고 싶었던 청년,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올드게이머에 이르기까지 어느 시절도 그가 아닌 적은 없었다. 리버의 달인으로 인정받았던 순간도, 단 한번의 실수로 게임을 하지 못하게 된 순간도 그는 레인보우토스 김성제였다. 그렇게 과거를 달려 돌아온 그는 게임 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즐기기 때문에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

어머니는 군대 가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하시지만 전 지금이 좋고 게임 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걱정스럽게만 보였던 그의 1, 그러나 괜한 걱정이라는 듯 다시 팬들 곁으로 돌아온 그가 수줍게 도약할 준비를 끝낸다.
궂은 비 뒤에 뜰 찬란한 무지개를 꿈꾸며 마우스를 잡은 그의 손이 다시 한번 떨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