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바닥을 치고 솟아오를, T1의 저그 이승석

2008.10.30

T1 저그 위기의 상황에서 이승석 선수를 만나다


따가운 시선이 부르는 말말말
……


 지난 시즌 종합성적 2위에 랭크 되며 이번 시즌 일찍부터 우승 후보로 예견되었던 T1이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며 하위권에 머무르게 되자 팬들은 저마다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질타의 중심에는 10번의 경기 중 단 1승도 따내지 못한 저그 선수들이 있었다. 시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10 0패의 쓰디쓴 기록의 저그 선수들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는 회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었고 그들에게는 깊은 한숨만이 남았다. 수많은 e스포츠 스타들을 배출하고 명문 게임단을 자처하던 T1의 위기 상황으로 인해 팬들은 걱정과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10
27, 가을 비가 시원하게 주말을 적신 후 시작되는 한 주의 날씨는 T1 저그 라인의 위기 상황만큼이나 쌀쌀했다. 2 5, 부진한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T1 선수들 중에서도 최근 프로리그에서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는 이승석 선수를 MBC게임 히어로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날 역삼동 T1의 연습실에서 만나 보았다. 사실 그 역시도 e스포츠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밝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Q.
최근 프로리그 출전 횟수가 많은데 결과를 떠나서 경기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경험을 쌓는 면에서는 얻은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만족스럽다면 정말 거짓말이죠.

Q. T1 저그의 상황이 좋지 않은데 저그 유저로서 어떤가?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겉으로 비춰지는 것과는 다른 점이 많아요. 아무래도 연패를 하니까 더 좋지 않게 보여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Q. T1 저그라인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솔직히 제가 판단할 입장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있으니까 그랬겠죠. 운도 없기도 했고요.

Q. 그렇다면 T1 저그의 대안은 무엇인 것 같나?

특별히 제가 대안을 생각하기는 어렵고요 감독님께서 저그에 많이 신경을 써주셔서 곧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는?

게임방송을 보면서 스타에 대한 매력을 느끼다가 어느 순간부터 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게이머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실제 성격은 어떤가?

조용할 땐 조용하고 활발할 땐 또 활발하고……제 또래 학생들과 비슷해요. 되도록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편이에요.

Q. 하루 연습량은 얼마나 되나?

팀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연습 시간이 6시간 되고 그 이후에는 자율적으로 3~4시간 더 해서 하루에 총 9~10시간 정도 하는 것 같아요.

Q. 웹서핑 이외에 다른 취미생활은 없나?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것도 좋아해요.

Q. 최근 감독님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감독님의 지금 이런 배려가 저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어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할 거구요.

Q. 연습에 있어 도움을 가장 많이 주는 선수는 누구인가?

이전 경기만 따지고 보면 같은 종족전이어서 저그 선수 위주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번엔 테란전이어서 팀 내 테란선수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요.

Q. 팀 내에서 가장 부러운 선수가 있다면?

명훈이랑 재욱이가 제일 부러워요. 둘 다 현재 잘나가는 선수고 사실 연습생 선발전에서 명훈, 재욱, 저 이렇게 셋이서 1,2,3등으로 뽑혔었거든요. 둘은 잘하는데……제가 더 많이 분발해야 할 타이밍이죠.

 

세 선수는 같은 출발 선상에 서서 목표 지점을 향해 달렸지만 두 선수가 먼저 앞서 나갔다.

뒤쳐진 그가 두 선수의 여유 있는 모습을 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다. 

Q. 주종족을 저그로 택한 걸 후회한 적이 있나?

물론 후회는 한 적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후회는 후회로만 여기고 깊게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Q. 최근 본인관련 악플을 본 적이 있나? 악플에 대한 생각은?

저 같은 경우는 악플을 보면 한 5초 정도 생각하다가 잊어버려요. 계속 생각하고 고민한다고 해서 도움이 되거나 해결책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긍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장점은 자신의 허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해결책을 강구해나가는데 있다. 그러나 어느 누가 악플에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그를 향한 비난의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후회와 자책의 시간조차도 아까울 만큼 앞만을 향해 달리려 한다 

Q. 팬들의 질타가 주는 영향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질타는 못했을 때 하는 게 질타잖아요. 질타를 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팬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경기를 해야 하는 게 맞지만 저의 잘못된 부분을 체크해볼 수 있어서 결론적으론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Q. 이번 시즌의 목표가 있다면?

팀의 주전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지금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점점 저의 단점을 보완해나가면서 프로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Q. 프로게이머로서의 목표는?

목표 자체는 최정상에 오르는 것인데 현재 저그 선수들 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이제동 선수처럼 저그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Q. 염보성 선수를 상대로 경기할 준비는 다 되었나?

아직 준비가 안됐지만 남은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인터뷰 중에도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말이 귀에 맴돌았지만 자신감을 보이고 있던 그라 내심 기대를 하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는 염보성 선수와의 경기에서 졌고 3연패란 쓴 잔을 맛봐야 했다. 또다시 악플들이 시작되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씁쓸한 마음으로 그날의 경기를 지켜봤다.

Q. T1 저그라인을 걱정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최근 프로리그 경기에서 T1의 저그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저희 또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또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좀 더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해요. 정말 노력해서 꼭 팀 승리의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마지막 질문에서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생각해보니 그와의 인터뷰 자체가 뻔하게 시작되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저그 선수를 상대로 물을 수 있는 질문도 질문에 대한 대답도 당연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 당연한 질문과 답 자체가 우리가 다시 한번 알아야 하고 느껴야 할 사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진거야, 뭐가 문제야, 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식의 질문에 이제 저그 선수들도 질문하는 우리들도 지치기는 마찬가지다. 프로란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승부를 거는 그들이 지고 싶어서 지는 경기는 없고 열심히 하지 않아서 지는 경기도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 이 시간에도 선수들은 지지 않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가 이기면 반드시 누군가는 질 수밖에 없는 것이 승부의 냉혹한 현실, 또 다시 져서 울상이 될 수도 있는 가혹하기 그지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달려야 하는 게 프로의 의무이다. 지금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와 그들이기에 달려야 하는 시점도 모두가 잘 알 것이다.
 믿고 믿고 또 믿어보자. 이것 또한 그들을 좋아하는 우리의 운명이라면 운명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