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스=심현 기자]오델로 도재욱 출전과 전상욱을 이용한 심리전의 결과
온게임넷과 SK텔레콤이 격돌한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 플레이오프. 두 팀은 승패를 주고 받는 치열한 접전 속에 세트스코어 3:3으로 동률을 이루며 최종 승부는 에이스결정전에서 판가름 나게 되는 상황.
광안리 결승 진출과 시즌 마감의 기로에 선 순간에서 온게임넷은 박찬수를 에이스 카드로 꺼내 들었고, SK텔레콤은 김택용을 출전시켰다. 결국 경기는 주특기인 커세어-리버를 선택한 김택용을 상대로 탄탄한 운영을 선보인 박찬수의 승리로 마무리 됐고, 온게임넷은 7시즌 만에 프로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여기서 수 많은 e스포츠 팬들이 궁금할 한가지, SK텔레콤은 왜? 김택용을 에이스결정전 카드로 선택했을까?
1. 김택용이 에이스결정전에 출전한 이유는?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은 과연 김택용이 에이스결정전에 출전한 이유다. 김택용은 에이스결정전에 앞서 5세트에 출전해 이승훈의 4게이트 질럿-드라군 러시에 패배를 당한 상황이었다. 김택용의 에이스결정전 출전이 준비된 것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즉흥적인 선택이었다면 팀 주축 선수의 사기 진작과 결승전까지 넓은 시야에서 여러 가지 장점을 노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프로리그 정규시즌에서도 준비된 에이스결정전 카드 대신 앞선 경기에서 패한 팀의 에이스나 주축 선수의 경우 사기 진작과 시즌 운영을 위해 즉석에서 엔트리를 교체하고 출전을 강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럼 과연 김택용의 에이스결정전 출전은 준비된 카드였을까? 즉흥적인 선택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택용의 에이스결정전 출전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박용운 감독대행은 경기 후 전화통화에서 “에이스결정전 출전 선수는 이미 김택용으로 확정되어 있었고, 앞선 경기에서의 승패 여부에 관계없이 준비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럼 또 다시 추가적인 의문점이 발생한다. 팀 내에서 정규시즌 최다승을 기록한 전상욱이 아닌 김택용이 에이스결정전 카드였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전상욱을 엔트리에서 제외한 이유는?
1번 항목의 마지막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오프 엔트리 발표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SK텔레콤은 플레이오프 엔트리 작성을 위해 고심한 끝에 전상욱을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는 에이스결정전을 염두에 둔 SK텔레콤의 작전으로 밝혀졌다.
SK텔레콤은 테란이 강세를 보이는 2세트 오델로에 전상욱이 아닌 도재욱을 출전시키면서 상대의 테란 스나이핑을 노렸고, 동시에 엔트리에서 제외된 전상욱이 에이스결정전 콜로세움에 출전할 가능성을 높게 보이는 심리전을 선택했다.
박용운 감독대행은 “온게임넷의 에이스결정전 출전 선수는 박찬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고, 우리 팀에서 전상욱이 엔트리에서 빠졌을 경우 온게임넷이 우리 팀의 에이스결정전 출전 선수를 예측하는데 혼란을 가져올 것을 기대하고 엔트리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치열한 심리전과 함께 에이스결정전 출전을 놓고 전상욱, 도재욱, 김택용 등 3명의 선수 가운데 김택용을 최종 낙점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대행은 “전상욱이 출전할 경우 콜로세움에서의 바이오닉이 걱정이 됐고, 도재욱의 경우 오델로에서 전략을 완성하기에는 에이스결정전까지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SK텔레콤은 저그전 기본적인 능력이 뛰어난 김택용을 최종 선택했고, 실제로 김택용은 팀 내 평가전을 통해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믿음을 줬다.
그렇다면, 온게임넷은 SK텔레콤의 에이스결정전 출전 선수를 누구로 예상했을까
3. 온게임넷의 SK텔레콤 에이스결정전 출전선수 예측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전상욱이 제외된 것을 확인한 온게임넷은 고민에 들어갔다. 자신들 역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 연속해서 에이스 박찬수를 제외한 엔트리를 구성했기 때문에 당연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온게임넷에는 박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온게임넷은 전상욱이 출전할 경우 테란으로 맞불을 놓을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프로토스의 출전 비중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프로토스를 상대할 박찬수를 1순위로 두고 테란이 출전할 경우에도 대비시켰다. 아울러 테란이 출전할 경우에 대비해 다른 선수들에게도 준비를 지시했다.
온게임넷 이명근 감독은 “전상욱이 엔트리에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에이스결정전 출전을 고민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뒤 “하지만 테란보다는 프로토스 출전 비중이 더 높다고 판단했고 그렇다면 도재욱보다는 김택용의 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경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온게임넷이 김택용의 출전을 예측한 것은 도재욱의 오델로 출전. 이 감독은 “도재욱이 콜로세움에서 자주 출전해 이해도도 높고 성적도 좋지만 앞서 출전하는 오델로에서 테란을 상대로 생각할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중복 출전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4.온게임넷이 승리할 수 밖에 었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SK텔레콤 박용운 감독대행은 2세트의 도재욱 출전으로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프로리그 정규 시즌 동안 단 한 경기에 출전해 패한 경험이 있던 도재욱은 오델로에서 패배를 기록했고, 이로 인해 7전 전승을 기록했던 콜로세움을 준비할 기회를 잃었다. 아울러 정규시즌 팀 내 최다승 전상욱의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박용운 감독대행은 “플레이오프의 패배는 전략과 심리전에서 완벽히 패했기 때문이며 모든 것을 구성하고 결정하고 지휘한 내 책임”이라며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준비한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행은 “오늘의 패배를 거울 삼아 부족한 점을 보완해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한 뒤 마지막으로 “행여나 오늘 경기 패배로 인해 선수들이 실망하거나 상처 받지 않도록 할 것이며, 특히 김택용 선수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승부수는 항상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도출한다. 적중했을 경우 멋진 전략이 되고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되지만, 통하지 않았을 경우 무리한 선택과 함께 패배를 기록하며 상처 밖에 남지 않는다.
박용운 감독대행을 비롯한 SK텔레콤 코칭스태프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고,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몫에 따라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이는 온게임넷도 마찬가지다. 다만 승패를 가려야 하는 과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뿐이다.
최선을 다해 경기를 준비하고 멋진 경기를 보여 준 두 팀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승리한 온게임넷에게는 광안리 결승전에서의 선전을 기원하고 패한 SK텔레콤에게는 다음 시즌에서의 선전을 기원한다.
▶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 플레이오프
◆ SK텔레콤 3 vs 4 온게임넷
1세트 폭풍의언덕 고인규 승(테, 5시) vs 김창희 패(테, 11시)
2세트 오델로 도재욱 패(프, 11시) vs 신상문 승(테, 1시)
3세트 헌터스 박대경/이승석 패(프, 5시/저, 6시) vs 김광섭/임원기 승(저, 11시/프, 3시)
4세트 블루스톰 박재혁 승(저, 1시) vs 안상원 패(테, 7시)
5세트 카트리나SE 김택용 패(프, 12시) vs 이승훈 승(프, 6시)
6세트 한니발 권오혁/윤종민 승(프, 8시/저, 5시) vs 박명수/전태규 패(저, 2시/프, 11시)
7세트 콜로세움 김택용 패(프, 5시) vs 박찬수 승(저, 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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