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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인터뷰]전상욱과의 길고도 긴 인터뷰 - ①

2008.07.23

전상욱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필독. '주의, 정말 깁니다'



드디어 라이브인터뷰가 전상욱을 만났다. 예전부터 전상욱와의 라이브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전상욱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가 드디어 2008년 7월 17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포모스 본사에서 그와의 라이브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 드디어 만났다. 전!상!욱!
경기장에서 만나면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기자들을 대하던 전상욱. 기자가 경기장에서 마주친 전상욱은 언제나 순수하고 밝은 이미지였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친분을 쌓은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약간의 어색함을 예상하면서, 일상적이고 인사치레 성격의 질문으로 라이브인터뷰를 시작했다.

- 라이브인터뷰를 하게 된 소감은
"라이브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아요.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도 하게 되어서 기뻐요. 비록 벙키보다는 라이브인터뷰가 늦었지만 우리 팀 선수들 중에서는 빠른 편인 것 같아요."

- 정규시즌이 끝난 뒤에는 어떻게 지냈는가
"정규시즌이 끝나고 단체로 수영장에도 다녀왔어요. 2위를 축하하는 분위기였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플레이오프 준비 체제에 들어가야죠."

- 운동을 얼마나 하는 편인가
"헬스를 하루에 20분 정도 해요. 최소한의 헬스에요. 숙소와 연습실의 거리가 조금 먼 편인데 걸어다니면서 운동을 해요. 날씨가 엄청 덥거나 비가 많이 오지 않는 한 걸어다니는 편이에요."

역시 어색함을 우려하던 기자의 생각이 짧았다. 전상욱에게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묘한 능력이 있었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듯한 질문이었지만 전상욱은 즐거워하면서 신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의 라이브인터뷰를 꼼꼼하게 챙겨봤던 듯, 자신이 라이브인터뷰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에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 T1의 마스코트인 벙키보다 라이브인터뷰가 늦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 상욱아, SK텔레콤이 강해졌어


정규시즌이 끝난 후였기 때문에 전상욱은 팀으로부터 휴가를 받은 상태였다. 휴가 중에 라이브인터뷰를 위해 포모스를 찾은 전상욱은 e스포츠팀 심현 팀장과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인터뷰에 임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기자와 전상욱은 자연스럽게 프로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핵심 내용은 당연히 부진을 털고 강팀의 면모를 되찾은 SK텔레콤 T1에 대한 것이었다.

SK텔레콤 T1은 시즌 개막 전에 코칭스태프를 전원 경질하고 최연성과 박용욱의 보직을 선수에서 코치로 변경하면서 이번 2008 시즌을 도약의 시기로 삼았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SK텔레콤은 이 목표를 일단 어느 정도 달성한 상태. 하지만 광안리 결승전 진출 및 우승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 시즌 초반에 팀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솔직히 선수는 게임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코칭 스태프가 막 바뀌었을 때는 분위기가 다소 술렁이기도 했는데 금방 괜찮아졌어요. 목표가 모두 같고, 하나이다 보니까 뭉치기가 쉬웠어요."

- 잘 나가던 SK텔레콤이 극심한 부진에 빠질 때도 있었는데
"엄청 잘 나갔었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너무 못했던 것 같아요. 내가 중요한 선수였는데...아, 아니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나태해졌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아요. 솔직히 2006 시즌 전기리그에서는 중간에 잘 풀리지 않았어도 우승을 할 줄 알았어요. 역시 우승을 하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나도 잘했었고 다른 선수들도 개인리그, 프로리그에서 모두 성적이 좋았어요. 그런데 2006 후기리그 때부터는 성적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중간에 성적이 좋지 않았어도 결국에는 우리가 결승전에 가고, 우승을 차지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승률이 5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시기였어요."

- 이번 시즌에는 성적이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저는 자신감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고, 연습량이 비슷하면 그 어떤 선수에게도 절대 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연습을 더 열심히 했어요. 더 피나게 연습을 할 수도 있었는데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요. 더 열심히 했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쉬워요.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올 시즌에는 조금 더 많이 이긴 것 같아요."

- 2008 시즌의 성적은 만족하고 있는지 궁금한데
"개인적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죠. 프로리그에서 15승 정도는 할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실수를 조금 했고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어요. 조금 아쉬워요. 팀이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80% 정도 만족해요. 무엇보다 나 말고도 다른 선수들이 강해졌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작년에 제가 12승 4패를 했었는데 팀은 뒤에서 3등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12승 7패를 했는데 팀은 2등을 했어요. 지금은 저만 어느정도 해주면 팀 성적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 부진할 때와 지금,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나도 이길 것이지만 나 혼자 이겨봐야 소용이 없잖아요. 팀이 전체적으로 분위기도 좋고 다른 선수들도 강력해요. 코칭 스태프와도 굉장히 잘 맞는 것 같아서 연습하기가 정말 좋아요."

- 플레이오프를 통해 광안리 결승전 진출 여부를 가려야 하는데
"가고 싶죠. 가서 회를 먹고 싶어요. 우리가 결승전에 올라가면 최고의 흥행 매치가 될 것 같아요. 우리와 삼성전자는 광안리에서 우승을 한 경험도 있잖아요. KTF와의 대결이 계속 아쉽네요. 우리는 KTF에게 2번 모두 졌는데 이건 징크스인 것 같아요. KTF는 우리만 잡았어요. KTF를 한 번만 더 잡았다면 우리가 광안리에 직행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전체적인 대화의 화두는 '만족', '성공적인 변화'였다. SK텔레콤의 성공적인 변화의 중심에는 전상욱이 서 있었다. 전상욱은 올 시즌 개인전 12승을 기록하며 에이스 위치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SK텔레콤이 정규시즌 2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데에는 전상욱의 활약도 큰 기여를 했음이 분명하다. SK텔레콤이 강해진 이유는 전상욱이 살아났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 아기곰 전상욱, 옛날 이야기가 궁금해
전상욱이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e스포츠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팬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소 특이한 경력 때문에 전상욱이 어떤 과정을 통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되었는지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기자는 전상욱의 '아기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다. 아기곰은 전상욱이 G.O에 있었던 시절에 가지고 있었던 별명이다. G.O에는 전상욱을 비롯해 파파곰 이재훈, 마재윤 등 곰라인으로 이어지는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쳤었다.

-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예전에 킹덤 언더 파이어를 할 때 프로게이머가 되었어요. 스타크래프트는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되었냐면, 킹덤 언더 파이어 리그가 없어진대요.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 스타크래프트를 할까, 워크래프트3를 할까 고민을 했어요. 킹덤 언더 파이어를 하던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이 워크래프트3로 넘어가고 성적도 잘 내더라고요. 스타크래프트는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기 때문에 전향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냥 하기로 했어요."

- 스타크래프트로 결정을 한 이유가 있나
"스타크래프트가 조금 더 재미있어 보였고, 왠지 더 오래갈 것 같았어요.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김동수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있기 때문에 더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아마추어 대회부터 시작을 하려고 했는데 프로자격증이 있으니까 나갈 수가 없었어요. 실력은 공방 수준이었는데 프로 자격이 있었으니까 개인리그 예선에 나갈 수 있었어요."

- G.O에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는데
"첫 개인리그 예선에서 이승렬이라는 무명의 선수를 만나서 1:2로 패배했어요. 저는 한 판만 이긴 것에 대해서도 만족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 선수가 다음 라운드에서 김정민 선수에게 2:0으로 지고 가더라고요. 그 때 '내가 정말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에 너무 아쉬워서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다음 MSL 예선에서 (이)재훈이 형을 2:0으로 이겼어요. 재훈이 형을 이기고 조규남 감독님 눈에 띄어서 G.O 팀에 들어가게 되었죠."

- 이재훈 선수를 이긴 것 때문에 G.O에 들어가게 된 것인가
"그 때 마침 김정민 선수가 G.O에서 KTF로 이적을 했어요. 마침 G.O에서도 테란 연습생이 하나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가 들어갈 수 있었어요. 순전히 테란전을 잘하는 재훈이 형을 이긴 것 하나로 팀에 들어가게 된 거에요. 그 예선에서 저는 바로 주한진 선수에게 지면서 탈락했어요. 같은 조에서는 (김)환중이 형이 1위로 올라갔는데 나중에 저한테 '너 덕분에 내가 올라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게 (강)민이 형이 우승한 스타우트 MSL 예선이었을 거에요."

- 팀에 소속되어 연습을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을 것 같은데
"들어가자마자 내가 지금도 '사부'라고 부르는 서지훈 선수의 올림푸스 스타리그 4강 연습 상대가 되었어요. 아마 나하고만 연습을 거의 다 하고 4강에서 임요환 선수와 경기를 했을 거에요. 이 연습을 도와주면서 실력도 많이 늘었고, 내 도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부가 (임)요환이 형을 3:0으로 이기고 결승전에 가서 우승을 차지했어요. 내가 스타리그에 조금이라도 간접적으로 관여를 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어요. 꼭 스타리그에 올라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데뷔 초기에 짧은 인터뷰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혹시 일부러 정한 컨셉이었나
"당연히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죠. 그때 경험이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컨셉을 잡았겠어요. 그 때는 말도 안되게 긴장을 정말 많이 했어요. 방송에서만 보던 무대에 내가 올라가서 말을 한다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게임을 할 때는 집중을 하니까 긴장이 안되는데 조지명식때에는 게임 화면이 아니라 사람들을 봐야하잖아요. 그래도 두, 세 시즌 이후에는 말도 많아지고 발음이 비교적 정확해진 것 같아요. 따로 연습을 하지는 않았어요. 관계자들이나 다른 선수들과 친해지니까 아무래도 그런 무대에서 긴장을 하는 것이 줄어 들었어요."

- 왜 그렇게 말이 짧았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신인 선수 하나 조지명식에 올려 놓으면 다 나 같지 않을까요? 그 당시에는 어떤 말을 할까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무대에 올라가서 누구를 뽑을까 이런 생각만 했어요. 목적이 인터뷰가 아니라 조지명식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요즘에는 팀에서 교육을 시키나봐요. 신인 선수들이 말을 너무 잘해요. 그 당시에 조규남 감독님이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으셨고 무엇보다 스폰서가 없었기 때문에 '이미지를 잘 만들어야 한다. 꾸미고 다녀라. 살 좀 빼라'는 말들을 자주 하셨어요."

- G.O에서는 라면만 먹는다는 팬들의 우스겟소리가 돌기도 했었다
"제가 알기로 슈마 G.O가 된 이후에는 라면이 간식이 되었을 거에요. 슈마 G.O 전에는 내가 합숙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웃음). 슈마 G.O 때는 밥을 주식으로 먹을 수 있었어요. 아마 그 전에도 비슷했을 거에요. 조규남 감독님이 먹는 곳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밥은 풍족하게 먹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