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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원人 ☞ 괴물최연성, 결혼하다

2008.05.29

                      

괴물코치의 선포 

프로리그 경기가 있는 어느 날, 거사를 준비하듯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최코치가 성큼성큼 다가와 특유의 보조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뭔가를 조심스럽게 건넨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가 곧 유부남이 될 거라는 예고 카드였다.

5 24일부로 그는 정말 화려했던 총각시절과는 작별인사를 건네야 한다. 프로리그를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의 결혼발표라 신경이 쓰이기도 하지만 그는 행복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예쁜 신부를 맞이하는데 어찌 좋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지금과 같은 미소로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주었을 것이다. 수많은 기사를 통해 그의 결혼소식이 보도됐지만 그가 직접 전하는 청첩장을 받은 사람들은 그의 결혼을 몸소 실감하며 결혼식에 참석할 것을 약속했다.

 

He said

스타는 사랑을 싣고...... 

* 두근거림의 시작 

 나와 동갑내기인 그녀는 내가 유명하지 않은 시절부터 나의 팬이었다. 예쁜 얼굴의 그녀는 내가 꿈꾸던 이상형의 여자였고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그녀가 맘에 들었다. 다행히 그녀는 나의 수줍은 고백을 받아주었고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순진했던 나는 그 때까지 이성을 대하는데 있어 자신감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를 만나는 순간 감춰져 있던 자신감이 물밀듯이 솟았다. 그것이 나의 운명인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그녀에게 고백해서 성공을 했을 때다. 그 때 그 순간은 정말 잊을 수 없다.

 

* 데이트 비상경보 

그녀와의 본격적인 만남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남들처럼 맘 편히 데이트를 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영화나 연극을 보는 일이 전부였다. 5년 동안 만나오면서 여행을 간 적도 한번 밖에 없다. 자주 만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우리의 사랑은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쉬는 날이면 무조건 그녀를 만나러 갔다. 바쁜 남자친구를 둔 그녀는 그만큼 많은 것을 감수해야 했다.

 

* 연성 초롱 공방전 

여느 커플처럼 우리도 싸움이란 걸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20몇 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고 방식과 행동이 맞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초반에는 정말 그런 부분들 때문에 자주 다퉜다. 또 그녀는 성격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편이라 그런 것에 마찰이 생길 때면 다툼이 종종 일어났다. 그러나 사귀기 시작한 순간부터 결혼을 결심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결국 그녀가 손을 들었다. 내 스타일대로 바꾸어 준 것이다. 그녀를 완전한 내 여자로 만들고 싶었던 소망이 컸었다. 지금껏 그녀의 도움 없이는 이 자리까지 오기 힘들었다. 나를 믿고 내 방식대로 따라준 그녀가 정말 고맙다.

 

* 그녀의 눈물 

 그녀를 만나기 시작한 순간부터 결혼을 생각했지만 군대문제가 걸렸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뒤 결혼을 하자고 그녀에게 말했는데 그녀가 서운해 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던 중 결혼할까? 랄 말을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말에 그녀는 눈물을 보였고 그 날로 바로 결혼식장을 예약했다. 뭐든지 결정을 하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내 스타일대로 결혼도 그렇게 밀어붙였다. 조금이라도 더 예쁜 나이에 결혼하고 싶어한 그녀의 바람을 이룰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느 따스한 날의 행진곡


*
결혼식 
 

그와 그녀의 결혼식이 있었던 지난 24일 오후, 유난히 맑은 하늘이 초여름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었다. 뉴힐탑 호텔로 향하는 길목에는 팬들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비로소 그의 결혼이 실감났다. 식장에 도착하자 곱게 정장을 차려 입고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여유 있는 미소로 하객들을 맞는 그에게서 긴장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랫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일까, 언제나 사람들 앞에서면 당당한 그의 포스가 느껴졌다. 드디어 식이 시작되고 신랑 입장을 하는 그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간다. 뒤를 이어 신부가 입장하는데 하객들은 아름다운 모습의 그녀를 보며 연신 예쁘다 란 말을 내뱉었다. 그 날 하객들의 눈은 정확했다. 가장 예쁜 나이에 결혼하고 싶었던 그녀는 꽃다운 나이 스물 여섯에 모두가 인정할만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웨딩마치를 올렸다. 아름다운 5월의 신부는 지난 5년 세월의 희노애락을 떠올리듯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결혼식을 마쳤다.

주례는 그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아버지의 친구가 맡았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식장 안의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고 마침 그 날은 르까프와의 경기가 있었던 날로 주례사는 얘기도중 T1의 승리소식을 전하는 스포츠 중계자 역할까지 하는 센스를 보였다. 그리고 곧 그와 그녀의 메시지를 하객들에게 전해 주었다.

<소박함 속에 들어있는 진리를 발견했습니다. 늙어 죽을 때까지 평범하게 사는 게 꿈입니다. 결혼기념일과 어린이날에는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가족이 소중하단 사실을 기억하고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스물 여섯의 젊은 부부의 생각은 벌써 저만큼 앞서가 있었다. 스포츠 스타와 그의 아내로 살아가는 법을 그들은 평범한 진리 속에서 찾았다. 평범한 삶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치 있는 것이란 걸 그들은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비상을 준비하는 새신랑 

 이제 그의 양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한 가정의 가장 역할과 프로팀의 코치, 두 몫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화려한 프로게이머의 세계에서 본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알고 있다. 그에게 일과 사랑은 따로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개념이다. 그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일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년이란 시간 동안 묵묵히 그를 지켜보며 때로는 그의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던 그녀가 존재했기에 지금의 그는 성장할 수 있었다.

 평범하면서 건강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그의 신혼첫날밤 계획은 그녀와의 인생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훗날 그들의 자녀가 그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한다면 그는 자녀의 선택을 믿고 따라줄 것이라 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깨닫고 얻을 수 있는 자립심을 그는 일찍부터 배웠고 그것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당대 스타 선수의 연습 상대에서 e스포츠 계의 전설적인 영웅, 그리고 T1의 젊은 코치로 오기까지 그는 그렇게 성장하며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시도했던 플레이들이 테란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에게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어찌됐건 그들에게 내 게임 스타일을 인정 받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코치 일 역시 마찬가지였으면 좋겠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어느 오후, 우리가 본 것은 프로팀 코치의 결혼식이 아니라 영웅의 행복한 미소가 아니었을까.

<몰래 멀티를 안하고 자원을 많이 모으면서 그 자원을 잘 써서 최적화 시킨다>

그가 게임식으로 표현한 결혼생활을 잘하기 위한 비법대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