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 티원人 ☞ 도재욱 / 물량토스의 지존이 서쪽으로 간 까닭은?

2008.05.29

도재욱 선수 도발 세레머니 스토리


그날 경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았나?


 2008 신한은행 프로리그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눈과 귀를 쫑긋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5월 12일, 그날은 sk와 스파키즈의 경기가 있었던 날이다.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이번 시즌에서 각 팀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습하며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드디어 두 팀의 승자를 가릴 시간이 다가오고 각 팀의 1세트 주자로는 도재욱 선수와 김창희 선수가 출전했다.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날의 경기는 sk의 신예 도재욱 선수에게는 특별한 의미의 경기였다. 필승의 각오로 임한 도재욱 선수는 결국 김창희 선수로부터 승리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는 빠른 멀티를 바탕으로 자원을 활성화한 뒤 일반적인 테란전에서 구사하는 템플러 계열의 유닛을 제외한 순수질럿-드라군과 아비터의 물량만으로 충실한 업그레이드의 테란 병력을 압도하며 김창희 선수를 꺾었다. 그러나......김창희 선수에게 gg를 받아낸 후 이어지는 그의 세레머니는 경기장 안의 이목을 집중*^^*는 동시에 술렁이게 하였다.

도재욱 선수의 메시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김창희 선수에게 gg를 받아낸 도재욱 선수는 바로 부스를 당당히 나와 김창희 선수에게로 다가간다. 한편 gg를 선언한 김창희 선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있다가 뒤늦게 부스 안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 때 부스 가까이 다가온 도재욱 선수가 김창희 선수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연거푸 내리며 승리의 세레머니를 과감히 날렸다. 그의 도발적인 세레머니에 T1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팀원들도 도재욱 선수의 세레머니에 만족하는 듯 그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김창희 선수는 경기를 진 것과 도재욱 선수의 도발 세레머니까지 더해져서 본의 아니게 굴욕적인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도재욱 선수의 당찬 1승을 시작으로 그날 T1은 스파키즈를 3대 0으로 완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물량토스의 지존이 서쪽으로 간 까닭은?

 그들의 인연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신한은행 프로리그 후기리그 때 도재욱 선수는 김창희 선수를 상대로 경기를 치렀고 큰 실력차이를 보이며 패했다. 안타깝게도 그 날은 전상욱 선수의 부친상이라는 악재가 겹쳐 팀의 분위기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

더욱이 경기 매너로 평소에 선수들의 원성이 잦았던 김창희 선수는 그날도 승리가 확정될 때쯤에 도재욱 선수의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지으며 팬과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인과응보의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작년 당시 굴욕적인 패배의 순간을 맛본 선수가 몇 개월 사이 이렇게 성장할 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당시 우리 팀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평소에도 김창희 선수가 가끔 노매너로 경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본인이 진영수 선수에게 했던 세레머니를 그대로 한 것뿐이다. 다른 팀에서 복수해달라는 부탁도 있긴 했다"

 현재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는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를 오가며 그 동안 쌓아온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과거는 그의 대단한 현재를 만들어 주었다.
현재 그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고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다. 그래서 그가 서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도발의 흔적을 보이는 것을 팬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그의 놀라운 성장에 박수를 칠 뿐이다.


교훈


 이제야 제 실력을 발휘하며 토스 계의 지존자리까지 넘보게 된 도재욱 선수. 그는 본인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비난하는 팬들도 있지만 그는 당당하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을만큼 성숙하다.
 가끔은 선수간의 경쟁의식도 필요하겠지만 상대선수를 좀 더 배려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은 사실, 그들만의 앙금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기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냉정한 e-스포츠의 세계에서 서로 경쟁하는 선수들은 항상 경기의 승패를 떠나 프로마인드를 갖추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걸어야 하겠다.
오르는 순간이 있으면 내려오는 순간도 있는 법, 항상 본인의 위치에서 겸손하게 전진하는 프로게이머가 되어야 할 것이다. 도발은 또 다른 도발을 낳는 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