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에선 승자가 누구인지 가장 중요하다. 이기는 선수가 실력이 좋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벤트 매치라면 어떨까. 누가 이기느냐 보다 얼마나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물론 상금이 달려 있기 때문에 많이 이기는 선수에게 더 많은 상금이 돌아가지만 승리보다는 팬들에게 많은 재미를 주는 선수가 더 인기를 끌 수 있다.
4월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MBC게임 히어로 센터에서 열리는 올스타 스킨스 매치의 대전은 르까프 오즈 오영종과 SK텔레콤 T1 김택용으로 정해졌다. 두 선수는 개인리그에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 팀의 운명이 놓인 경기에서 여러 번 승부를 펼치면서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자주 연출했다.
오영종과 김택용이 처음 상대한 경기는 제1회 KeSPA컵. 당시 오영종은 플러스 소속이었고 김택용은 POS 소속이었다. 오영종이 스타리그를 제패하기 전이었고 김택용은 막 드래프트된 선수였기에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1세트에서 맞붙은 두 선수의 대결은 오영종이 승리했지만 POS가 최종적으로 승자가 됐다. 오영종과 김택용은 2005년 후기리그에서도 같은 맵인 네오포르테에서 만났지만 오영종이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줬다.
2006년에는 판세가 바뀌었다. 12월23일 열린 스카이 프로리그 2006 후기리그 플레이오프 에이스 결정전에서 맞붙은 두 선수는 치고 받는 난타전을 펼친 끝에 김택용이 승리하면서 팀을 후기리그 결승전에 올려 놓았다. 2007시즌 전기리그에서도 팔진도에서 또 한 차례 맞대결을 펼쳤지만 김택용이 현란한 셔틀 활용으로 오영종을 제압했다.
호시탐탐 복수할 기회를 노리던 오영종은 큰 경기에서 빚을 청산했다. 2007시즌 전기리그 플레이오프 5세트 팔진도에서 오영종은 김택용에게 다시 승리를 거두며 팀의 광안리행에 힘을 보탰다.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친 과정을 살펴보면 네오 포르테와 신백두대간, 팔진도 등에서 경기를 치렀다. 1일 열리는 스킨스 매치에도 이 맵은 고스란히 들어 있다. 네오 포르테가 1세트, 신백두대간이 4세트, 1승1패를 주고받은 팔진도가 7세트다. 이벤트 전이기 때문에 경기를 관전하는 팬들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맵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오영종과 김택용은 2007년 극과 극의 행보를 보였다. 오영종은 개인리그에서 그다지 활약하지 못했지만 프로리그에서 선전하며 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렸고 김택용은 이와 반대로 개인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4강에도 연속 진출했다. 그러나 전 소속팀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2008시즌 오영종과 김택용은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이벤트전이기는 하지만 2008년의 첫 발을 내딛는 스킨스 매치를 통해 어떤 결과를 얻느냐가 앞으로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할 수 있다.
남윤성 기자 force7@esforce.net
오영종-김택용 “1-4-7세트를 주목하라”
2008.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