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2008-02-28 12:58]
SK텔레콤 T1 박용운 감독 대행의 취임 일성은 "우리를 모두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없다"였다. 과거 SK텔레콤 T1이 오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던 시절 팀워크를 이끌어낸 동력인 '하이파이브'라는 구절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렇지만 과거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팀을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SK텔레콤이 부진에 빠진 이유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새로운 틀의 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선수들의 개성을 중시한 운영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용욱, 최연성 등 신임 코치들의 잠재력이 무한하고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기 쉬울 것이고 과학적인 트레이닝 방식을 적용해 선수단 내부에서도 새로운 동력을 발굴해 변모된 SK텔레콤 T1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 일답.
-취임 소감은.
▶기쁠 줄 알았는데 막상 취임 인터뷰를 하는 지금은 고민으로 가득차 있다. 앞으로 어떻게 팀을 꾸려나갈 지에 대한 고민 뿐이다.
-공개 모집에 응했나.
▶아니다. SK텔레콤에서 공개 모집 결과 마땅한 인재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개별 접촉을 해왔다.
-SK텔레콤은 전통과 명예에 빛나는 팀이다. 부담감이 클텐데.
▶e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 스포츠에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는 멋진 팀을 만들어가겠다. 멋진 팀이라는 것이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나름대로 정해 놓은 기준이 있다. 일단 좋은 성적은 필수다. 그리고 선수단이나 선수들 개개인이 프로게이머로서, 프로페셔널로서, 사회인으로서 멋진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또 게임단은 사회에 편익을 제공하는 단체로서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MBC게임 히어로에 있을 때에는 코치로 활동했다. 그 때의 목표와 지금의 목표가 다를 텐데.
▶2006년도에 MBC게임 히어로 프로게임단으로 창단하면서 가장 큰 목표는 내가 몸담고 있는 팀이 강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6년에는 바로 이뤘지만 2007년에는 다소 실패한 것 같다. 그렇지만 MBC게임 히어로 선수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강자라는 입지를 굳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환경을 바꿔 다른 팀을 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 때 SK텔레콤에서 제안이 왔고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
▶SK텔레콤이 연속해서 우승할 때 단순히 실력만 좋았던 것은 아니다. e스포츠 문화 형성에 공헌한 바가 크고 팬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선도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프로게임단이라는 이미지를 계속 가져가고 싶다. 사실 MBC게임 히어로에 있을 때에도 SK텔레콤을 벤치마킹한 부분이 많다.그러나 SK텔레콤은 다소 정체했고 변화의 흐름을 한동안 따라가지 못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T1을 만들고 싶다.
-변화의 방향과 달성 방법은 만들었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본다.어느 팀도 갖고 있지 않은 과학적인 운영과 마인드의 강화를 위한 비책을 갖고 있다. 공개할 시점은 아닌 것 같다. 성적을 내고 나서 밝힐 것이고 그 과정을 자세히 지켜봐 주신다면 느낄 수 잇을 것이다.
-SK텔레콤은 스포테인먼트를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스포테인먼트도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성적은 필수다. 이를 바탕으로 여유를 가지면서 접점을 찾아갈 생각이다. 스포테인먼트에 대해서는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박용욱과 최연성 코치와 면담해봤나.
▶선수생활을 하다가 코치로 전향한 지 얼마되지 않아 코칭 마인드가 다소 부족하다. 그렇지만 최근에 면담한 결과 다른 팀 코치들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이들을 정식 코치로 만들기 위해 코칭 프로그램 연수 등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 최연성 코치가 코칭 캠프를 다녀온 것이 좋은 예다. 생각한 이상으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감독 철학은 무엇인가.
▶SK텔레콤이 오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때 권장 도서였던 '하이파이브'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없다'는 것으로, MBC게임 히어로나 지금도 갖고 있는 지도 철학이다.
-MBC게임 히어로에서 나올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 그리고 감독 대행이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MBC게임 히어로에서 나온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다행히도 명문 게임단인 SK텔레콤이 나를 선택했고 가장 좋은 여건에서 코칭을 계속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이든 감독 대행이든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리그 성적은 몇 위를 예상하는가.
▶일단 전기리그 우승으로 잡았다. 그렇지만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꿈은 크게 갖는 것이 후회도 적다.
-어떤 종족이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가.
▶저그 라인이 상당히 무너졌다. 우선 2008시즌 맵이 발표되고 나서 저그 라인에 대한 고민을 심도 있게 진행하겠다. 그동안에는 신예 발굴에 혼신을 다할 것이다. 과거 SK텔레콤은' 테란의 명가'라 불렸지만 최근 트렌드에 뒤지는 듯하다. 테란 라인은 발전의 여지가 많기에 시스템적으로 보강해 나갈 것이다. 프로토스는 김택용 선수가 영입되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효과를 줄 것이다.
-각 코치들의 역할 분담은.
▶구상은 해놓았지만 밝힐 수는 없다. 경쟁 체제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인원 분담제를 통해 자기 선수를 키울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전체적으로 조화될 수 있도록 조율할 것이다.
-추가 영입 계획은.
▶추가 영입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아직 스토브 리그가 많이 남아 있고 운영하면서 코칭스태프, 사무국과 조율을 통해 진행할 것이다.
정리=남윤성 기자 force7@esforce.net